요즘 난리난 순대국집_을지로 청와옥 본점
어느 날, 1시쯤 을지로3가를 지나가는데 넓지도 않은 길에 사람들이 잔뜩 줄을 서있다. 이런 줄을 보면 난 으레 그 줄의 종착지를 눈으로 따라가보는데, 건물에 안어울리지만 힙한 기와집대문으로 된 입구가 보인다. ‘뭐가 그리 대단해서 사람들이 줄을 섰지?’ 잠깐 생각하다가 내 갈길 갔다.
알고보니 순대국집.
그리고 며칠 뒤, H가 그곳에서 일행과 식사를 했다고 한다. 일행이 하는 애기가 그곳이 엄청난 맛집이라고 한다. 순대국러버인 H는 꽤나 만족스러워했다.
그리고 며칠 뒤, Y가 잠실에 분점이 있는데 그곳이 그렇게 맛있다고 한다. 본점이 여기 근처에 있다는데 꼭 가고싶다고 한다.
나도 순대국을 좋아하는 여자로서 그곳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문제는 항상 줄을 너무 많이 서있다는 것이다. 주말 2시쯤에 갔는데 웨이팅이 다 차서인지 브레크타임 때문인지 웨이팅을 못걸어두게 해놨다.
서론이 길었다.
결국 나는 먹었다.
일 끝나고 너무 배가 고팠지만 굳이 이곳까지 와서 먹었다. 가게에 도착하니까 4시50분. 4인석 테이블 5개정도가 비어있었다. 혼자갔기 때문에 이렇게 언제 사람들이 들이 닥칠지 모르는 곳에서는 1,2인석에 앉고 싶었지만 자리가 4인석밖에 없어서 그냥 앉았다.
그리고 ‘몇분이세요?’라는 말을 1분만에 각각 다른 점원에게서 세번이나 들었다. 세번째 들었을 때는 머리가 살짝 어질 했지만, 꿋꿋하게 모든 대답을 ‘저혼자예요’라는 대답으로 다 돌려주고 청와옥 순대국 보통 1인분을 주문하였다.
1팀에 와인1병 콜키지가 무료로 된다는게 인상적이다. 이런 것까지 순대국집에서 안내해주다니.
주문을 하고 가게를 돌아보았다.
대들보에 샹들리에, 자개장문짝을 붙여놓은듯한 벽장식,
의자마다 양각 금박장식으로 박혀있는 가게 로고.
일반적인 순대국집과 차별화를 두려고 많이 신경쓴것 같다.
반찬그릇이 다 놋그릇(느낌인가?)에 나온다.
부추절임이 그냥 간장에 절인게 아니다. 뭔가 다르다. 후추가 들어갔나? 뭔가 다른데 맛있다. 그런데 간이 좀 되어있어서 순대국에 왕창 넣고 먹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특이하게 젓깔같은게 나오는데, 따로 판매도 한다고 하는 어리굴젓이다. 아주 맛깔나고 맛있다.
영자언니가 그랬던가? 맛집은 물도 맛있다고
생수가 아니다. 헛개수가 나온다.
순대국이 나왔다.
뜨거운김에서 돼지냄새서 확 올라왔다. 원래 고기보다는 야채를 선호하는 나로서는 돼지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하는데,. 충무로역 근처에 있는 한방순대국 집보다 냄새는 많이 나는것 같다.
일단 입으로 떠 넣고 보니 김에서 올라오던것만큼 나지 않았다. 생각보다 먹을만했고, 무엇보다도 간이 세지 않아서 좋았다.
가끔 어떤 순대국집은 간을 더 할게 없을 만큼 세게 해서 나오는 곳이 있는데, 이곳은 살짝 간을 하다만 느낌으로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간이 아예 안되어 나와도 좋을것 같다.
내용물은 풍성했다. 고기도 많이들었고, 순대도 야박하지 않을 정도로 들어있다.
요즘 식재료 값이 많이 오르다보니 음식값은 더 못올리고 식재료를 아끼는 가게들이 많아졌는데, 그런점에서 여기는 만족스러웠다. 반찬도 이렇게 많이주는데, 기본 순대국이 만원이 넘지 않는다.
매일 8시간 끓이고, 6시간 숙성시켜서 만든다고 한다.
엄청나게 특별한 맛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기본에 충실하고 정직한 맛이다.
내용물이 풍성하게 들어있고, 반찬 가짓수도 많은 점이 흡족했다.
재방문 의사는 많다. 멀리서 찾아갈 맛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음에는 일행들과 순대와 수육세트를 시켜보고 싶다.
그것까지 먹어보면 멀리서도 찾아올 맛인지, 근처에 있을때 기쁜마음으로 갈 수 있는 곳인지 판단이 될 것 같다.
요즘같은 불경기에 나쁘지 않은 금액에 풍성한 밥상에, 좁은 길목이지만 신경쓴 웨이팅 좌석에 식후에는 디저트음료까지 준비되어있는 이곳.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사는거구나. 손님이 넘쳐난다고 거만하지 않고, 점원들도 한국인은 아닌것 같았지만 친절하였다.
배도 부르고 마음도 부르다.
이런집은 줄 많이서도 된다.
한끼 잘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