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단길] 버거스낵
퇴근시간에 이 길을 지나가면 끝내주는 냄새가 내 코를 잡아끌곤한다. 그리고 그 근방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서성거리고 있다. 인테리어를 하다만듯한 노출콘크리트에, 심플한 가게.
오늘은 나도 마침 배가 고파서 주문하려고 기웃거렸다.
치즈버거만 가능하다는 안내.
응, 뭐든 괜찮아.
옆에 예약노트가 있다.
이름을 적고 기다린다.
어디 방송 타서 사람이 몰린거~ 그냥 치즈버거일 뿐인데, 유튜브방송보고 잔뜩기대하고 온사람이 90%...!
라는 사장님의 말씀.
겸손하신건지 참.. 내가 이 동네 6년째 살고 있는 주민으로서 직접 본 걸 얘기하자면,
저녁때가 훌쩍 지난 늦은밤에도 이 망한 경리단길 골목에 버거집 혼자 고고히 가게불을 밝히는 가운데,
열명이 좀 안되보이는 손님이 자주 줄서거나 서성이는걸 자주 보았다. 한겨울 엄청 추운 밤에도 긴 줄까지는 아니더라도 손님은 꾸준히 있었다. 지금은 이 골목에 다시 가게가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코로나여파로 특히나 소상공인들에게 전쟁같았던 지난 1,2년을 제법 잘 살아낸 가게이다.
저긴 가게 안에 먹을데도 없는데 무슨 사람이 이런곳에 이렇게도 찾아오나.. 항상 궁금해서 맛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사장님 모습을 딱 보면, 패티 엄청 잘굽게 생기셨다. 관상은 과학이라고 믿는 1인으로서, 사장님은 엄청 미식가처럼 보인다. 말씀도 맛있게 하시고, 목소리도 맛있는거 많이 드셔본 목소리다(아, 이건 너무갔나?)
이름을 대기노트에 적고, 비가와서 가게 근처 어딘가 지붕밑에 앉아있는데 소고기패티냄새인지 버터냄새인지 엄청 조으당~
한 번 만드는데에 15분이 걸리고, 10개가 가능하다고 한다.
사장님이 내이름을 불러주신고 받아든 치즈버거
사장님은 정말이지 버거에만 올인하신듯.
그 흔한 가게 스티커도 안붙어있는 포장봉투.
인테리어도, 디자인도,. 욕심없으시고, 오로지 공격적인 냄새가 마케팅의 전부...(나같은 아싸가 모르는 인싸들의 세계가 따로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가격은, 7000원이였는데, 이거 먹은게 몇주 전이였는데,. 최근에 1~2주사이에 가게들이 일제히 메뉴 값들이 일제히 올랐다.
여기도 좀 올랐을 수도 있겠다.
치즈버거.
말해뭐해.
그냥 맛있다.
어디서 한잔 거하게 마시고 이거 한 입 물어뜯으면 기부니가 뿅뿅 갈 것 같다.
단, 나처럼 기름진거, 밀가루, 라면 한개도 잘 못먹는 비루한 위장을 가진사람은 살짝 소화가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
단, 먹고나서 많이 느끼하니까 탄산은 꼭 같이 먹자.
하아.. 건강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