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4 5월의 아까시나무
매 계절마다 그리워 지는게 있다.
봄의 따스한 바람과 예쁜 꽃들,
여륾에는 약간은 각오를 해야하는 무더움과 예쁜 옷들을 많이 입을 수 있음의 설레임이 있고,
그 무더위에 지쳐갈때쯤 반갑게 불어오는 시원한 가을 바람,
애증의 눈이 왠지 오지 않으면 서운한 겨울.
계절에 관한 더 많은 감정이 있지만,
5월에 관한 좀 더 얘기해 보려한다.
올해 제법 변덕스러웠던 기온으로 사람들을 들었다놨다했던,
4월이 지나가고 5월이 되니 어김없이 아카시아꽃 아까시꽃이 피었다.
경리단길에 살게 된지 벌써 6년 차.
집 바로 뒤에 남산이 있어서 종종 산책이나 운동을 가는데, 5월이 되면 저녁에 굳이굳이 남산 순환도로를 걷는다.
5월은 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고, 저녁에도 선선하고,
아까시꽃이 향긋하니 기분도 좋아진다.
전에 살던 동네는 자전거타기 좋은 길이 많아서 자전거타고 출퇴를 했는데,
그 때도 5월에는 아까시나무가 있는 향긋한 곳으로 굳이굳이 돌아서 집으로 갔던 기억이 있다.
1년 중 집근처에서 할 수 있는 소확행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걸으면 더 좋을것 같은데,.
..그냥 참 좋겠다......
오늘은 충무로로 넘어가기 위해 낮에 걸었다.
덕분에 아까시 꽃도 핸드폰으로 찍고, 재밌네 :)
어제는 엄마네 놀러가 그 동네에서 아까시꽃 향기를 맡으며 걸었다.
엄마도 아까시 꽃향을 참 좋아하신다.
그리고 갑자기 하시던 얘기가,
나의 외할아버지 어릴 적에, 광산 근처에서 살았는데
마을 어른들이 광산에 일을 하러가면 일본 간부들이 아까시꽃씨를 주며 산에 심으면 참 좋다고 해서
도시락통으로 한가득씩 서로 가져다가 온 산에 뿌렸었다고 한다.
심고 나중에 이 씨앗이 자라고 보니 번식력이 다른 나무에 비해 너무 좋고, 가시도 크고 많고 억센 나무라서 산을 오갈때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현재는 우리가 알고 있던 아까시 나무에 대한 일본의 의도는 인터넷에서는 오해라는 얘기가 많던데,
외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시고 이제 안계셔서 여쭤 볼 수가 없다.
그래도 아까시 나무가 생각보다 우리나라에 좋은 역할을 많이 하는것 같다.
산사태 방지도 해주고, 빠르게 녹지화 시켜주고, 토질개선도 시켜주고, 양봉도
그리고 5월에는 숲을 찾는 이들에게 향긋함이라는 즐거움도 주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생전에 가끔 그 시절에 일본에게 주권을 빼앗겨서 겪었던 힘들었던 일화들을 얘기해 주시고는 했는데,
나쁜 일을 많이 겪으셔서 무슨 일이든 다 나쁘게 기억하시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 기억이 맞다면, 하와이는 겨울 2달정도를 제외해고는 거의 1년 내내 꽃향기를 맡을 수 있다.
아까시꽃과 비슷한 결의 향이였던것 같다. 아무리 맡아도 지겹지 않아서 향수도 사왔었는데 그 향이랑 완전 딴판이였다.
아무튼 여기서는 이토록 향긋한 계절은 5월 한달 뿐.
날씨도 5~6월이 하와이의 보편적인 날씨랑 가장 비슷한것 같기도 하다.
낮에는 맑고 따사로운 햇살, 저녁의 선선함, 그리고 살랑거리는 바람은 향긋함을 품고 있는...
하와이 그런 날씨가 거의 1년 내내 지속되는 정말 천국같은 곳이였지만,
끝나지 않는 여름이, 눈이오지 않는 겨울이 내게는 시간 감각을 좀 더디게 하였다.
난 역시 한국인이고,
매년 5월을 기다리는 것이 좋다.